성공하는 사업은 천의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정의'하는 건 꽤나 무식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새로 창업을 하는 수백팀을 만나보고 그 중에는 직접 판돈을 걸고 지켜보는 임상을 해봤건만 아직 시각은 일천하기만 하다. 계속 알아가는 것이라곤 내가 모른다는 것 뿐이고, 모르는데 무조건 갈순 없으니 공부를 더하게 되고 ,그러고 있는 와중에도 특별히 굶진 않으니까 더 안전한 한방을 찾게 되고(그런 건 세상에 없다), 그러다 보니 "넌 딱 거기까지야" 라는 어른들 말씀처럼 되어가는 것 같아서 하루하루 두렵고 창피하다. 치열하게 전투를 해야 되는 장군형 리더가 되어야 하는데 모사형 리더가 되어간다고나 할까. 모사형 리더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에 결국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간다는 말과도 동치다. 생각을 하면 그에 맞게 행동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회사가 성립해서 뭔가 되는 시점까지 가기까지 대하소설 한질은 탈고해야 된다는 말씀을 강동석 부사장님께서도 해주셨는데 이 말이 참 맞는 것 같다. 시장이라는 환경에서 새로운 팀을 만들어서 그 팀이 가지고 있는 사업이 번성하는 단계까지 만들어 가는것은 '생존과정' 이라는 말로 밖에는 설명이 안되는 것 같고, 성공한 이후에는 모든 것이 허구의 소설(신격화)로 채워지기 때문에 '꾸며진 이야기'에서는 그닥 배울 것이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Google 창업자가 Yahoo 에 회사 팔러 갔을때의 마음속, 그때의 조직상황, 시장상황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설립되어서 무언가를 이루기 까지 정말 별별별별별별일들이 다 생겨난다. 그 각각의 별일마다 또 만가닥의 생각이 각각의 창업멤버 머릿속에 있을테니까 정말 우주적 별별일이 작은 팀단위에서도 생기는 것이다. 이런 별별별별별일들을 꾸준히 넘어서 결국은 목표에 도착하는 팀들에서 찾은 공통의 유전자가 있는데 (아마 많을텐데) 내가 발견한 총론은 딱 세가지다.
1. 기대고 있는 산업이 성장산업일 것
2. 똘아이에 가까운 강력한 리더
3. 이 리더아래에서 온연히 한방향을 바라보는 (CEO포함) 4~5인 이하의 창업그룹
1. 성장산업을 찾는 과정에서 해당 팀의 지적수준과 경험의 크기, 관점의 방향들을 느낄 수 있고, 2/3. 강력한 리더십이 하나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무식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역할을 하게 해주며, 리더의 관점을 culture gene 으로 하여 이를 copy/share 한 구성원들이 모여서 하나의 양파껍질같은 단위조직체를 만드는 것 ... 이게 가장 기본인 것 같다. 1,2 까지는 흔하게 만들 수 있지만 3의 조건을 넣으면 90% 정도는 떨어져 나간다. 이 정도가 성립되면 일단 절대로 망하진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런팀이란 느낌이 들면 묻지마 투자를 한다. ㅠ.ㅠ)
아무리 팀웍이 좋아도 접근한 시장이 성장하지 않으면 벤처기업을 성립시키고 성장시키고 exit/sustain 시켜낼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게 너무너무 힘이 든다. 파도(wave)가 좋을때 surfing 하러 나가야 한다. 바람이 안불어서 파도가 안치는데 나가봐야 열라 팔로 저어야 한다. 그렇다고 또 wave 를 확인하고 나가면 또 늦는다. 그렇다고 많은 숫자의 경쟁자들이 surfing 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가면 또 안된다. (어쩌라는건지) 이러한 market wave 가 언제 그 정점에 이를지를 예측하고 한두발자국 앞에서 움직이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그거라도 안되면 그나마 갓 시작한 market wave 에 최대한 올라타서 잘 해보는 것이 다음으로 중요하다. 그렇기에 '성장산업'일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나의 관점을 가진 리더와 온연히 공감하는 조직원들을 가진 팀이 market wave 다음으로 중요하다. 그냥 프로필이 괜찮은 사람들끼리만 모이면 하나의 방향성을 수립하는데 오랜 시간을 소요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그간의 살아온 트랙들이 다르기 때문에 관점을 전환하기 힘들고, 정작 회사내부에서 선과 선이 끝없이 대립하면서 토론을 지속하게 만들 뿐이다. 세상은 그런거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냥 결과적으로 어떤 선이 이겨서 절대선이 되는지만이 중요할 뿐이다. 특히나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 조직이나 대기업의 신사업 조직일수록 리더와 팔로워가 표면적으로 나누어져 있음에도 사실상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성에만 팔로어십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에는 그 사람의 능력과 됨됨이를 봐서 + 회사의 여력이 된다면 빨리 팀을 갈라서 리더쉽 포지션을 주거나 내보내는 것만이 최선이다. 똑똑한 사람들이 많을 수록 리더자신이 모든 일을 하기 보다는 빨리빨리 여물통을 나누고 각자가 잘하도록 조율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수도 있다. 최근에 3. 의 과정을 잘 해결한 팀을 만난 적이 있는데 "어떻게 창업팀을 모았어요?" 라는 질문에 그냥 내 의견에 쌍수들고 환영하는 똑똑한 사람을 만날때까지 다 만나면서 한명씩 모았다고 한다. 무식하지만 최고의 방법인 것 같다.
commerce/market place 에는 내가 전혀 센스가 없기 때문에 product company 를 만드는데 있어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들을 추가로 나열해 보면
- scale-out point 에 이르기 전까지는 4명 이하의 team 을 유지할 것. 4명의 팀은 product decision 을 내리는 사람 한명이랑 엔지니어 2명, 디자이너 1명 정도가 제일 좋은듯 .. CEO, 기획자, 마케터 --- 이렇게 구성된 팀이 엔지니어 찾아서 성립시키려는 product company 는 출발부터 안될 가능성이 높다. 차라리 commerce/market place 는 이런 구성이 가능한 듯 ;; scale-out point 에 이르기전에 team 을 섯불리 늘리게 되면 내부의 communication cost 증가로 인하여 오히려 사람이 적게 있는 것보다 더 느려진다.
- scale-out point 에 이르기 전까지는 최소금액 투자로만 움직일 것, scale-out point 에 이르기 시작하는 지점이 올때까지는 '그저 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자매품 pivot 도 종종 사용가능) ;; 당장 내일 망할 것 같은 절박감이 필요하다. 그래야 오늘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 scale-out 하는 것 같으면 그때부턴 massive investment, 물불 가릴 것 없다
- day-1 부터 global approach 가 가능한 사업영역 vs. 강력한 locality 가 있는 사업의 확실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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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가 원래 어려운 법이다. 대충대충해서 날로 먹으려고 하지 말자. 항상 Risk 의 크기가 Reward 의 크기랑 똑같은 법이다.
앞글에 이어서 힘찬 자아비판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해본다. 정신 차리고 보니 할일 또 엄청 많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