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한해 중고차시장이 약 20~30조 정도가 된다고 한다. 앞으로의 경기성장이 예전만하지 못할 것 같고, 부동산 시장침체로 인한 마이너스 자산효과의 직격탄을 맞아서 신차소비 위축 / 중고차시장 성장요인은 높이진 것 같다.

갑작스러운 일들 때문에 차를 한대 팔고 소유권을 옮기고 또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친다고 차를 한대 들이면서 다시 한번 시장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엄청난 짜증들이 발생했다. 아주 예전 첫차를 살때 중고차업자의 농간에 나의 피같은 돈을 하루만에 날렸던 것을 생각하니, A형 답게 무려 20년이 다되는 그 사건이 올라와서 분노에 찬 날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게 트라우마다. 와이프가 왜 요새 나보러 계속 작은 일에 왜 이렇게 짜증이 묻어나냐고 그러던데 아무래도 그때 그 중고차 업자가 남긴 트라우마 때문인것 같다. ) 나처럼 차를 좋아하고, 자주 바꾸고, 이런저런 부품들을 갈아대는 사람들이 맘놓고 거래를 할 수 있는 그런 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매물은 참 찾기가 힘들다. 시간을 두고 장터에 매복하면서 끊임없이 물건을 관찰하고, 물건에 대한 수요(댓글이나 조횟수)를 느끼면서, 거래량과 가격의 움직임을 살펴야 한다. 첫째가 좋은매물이요, 두번째가 가격이다. 나의 경우에는 일단 소위 업자가 가져온 물건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을 접는다. 좋은 물건은 좋은 물건대로 거품이 잔뜩 덮히기 마련이며, 나쁜 물건은 나쁜 물건대로 포장이 잔뜩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업자들이 이야기할때의 무사고차는 외관상 크게 문제없다는 말이며, 소모품완전교환은 타이어 트레드 조금은 남았고 나머진 특별히 관심없음. 뭐 이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정말 문제가 완전히 없는 경우는 무사고/무칠/무교환, 수리이력증빙가능 등등 모든 수식어로 포장을 하기 마련이며 이러한 이점을 최대한 가격에 반영시키기 때문에 역시 매력도가 줄어든다. 좋은 차임에도 불구하고 업자들의 손에 넘어간 차는 아무생각없이 신차구매하고 중고차를 처분한 사장님/의사샘/변호사샘/사모님들의 차이거나, 수요가 적은 차종인데 급하게 팔아야 하는 급매물, 생각없이 리스땡겨쓰고 중간에 차빼앗긴 경우등이 대부분이나, 역시 양은 많지 않다. 이러한 극소수의 좋은 매물을 빼고 나머지 대부분은 peach 로 포장된 lemon 들이다. 그렇기에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파는 사람이건 사는 사람이건 웬만하면 누가 가지고 있었는지, 몇명이나 손바뀜이 되었는지, 정비내역은 어떠한지 이러한 이력을 중시하며, 시간을 두고 직거래를 선호하며, 몇몇 카페/독립 동호회를 위주로 이러한 거래가 중개되고 있다. 

(허위매물을 통한 낚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챕터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스킵한다.)

핵심이 되는 키워드는 "정보의 비대칭"이다.  ( 정보의 비대칭 == 마진 ) 이기 때문이다. 내가 업자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업자들이 만들어내는 정보의 비대칭이 싫기때문이지, 좋은 매물들에 대해서는 제값을 치를 용의는 언제든 되어 있다. 나쁜 매물은 비대칭을 무기삼아 최대한 숨기고, 화장/포장되어 있다. 업자들의 최대의 무기는 "시간"이다. 짧으면 1주, 길면 3달정도 걸리는 이 기간에 발생하는 귀찮음, 그 매물을 원하는 누군가에게 발견되기까지 기다리는 그 "시간"을 두고 차익거래를 하는 것이다. 이 기간동안 소위 "정보의 비대칭"이 먹히는 호구를 기다리게 되고, 호구가 나타나면 모든 노력을 총동원하여 매물을 넘기고서는 뒤에 생기는 일은 나몰라라 하는 것이 이 업의 출발이자 끝이다. 속여먹을게 많을수록 마진이 높아지는 간단한 구조이니, 안할 이유가 없잖은가. 반면에 좋은 매물은 정보의 대칭이 무기이다. 비대칭으로 무장한 수많은 매물들에 쌓여서, 그들이 만들어가는 시세에 따른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이번에 시세보다 무려 20% 정도 비싸게 한개의 매물을 사들였다. 그런데 몇백만원을 더줄만한 가치가 충분한 녀석이었기에 전혀 미련없이 가격을 지불했다.) 

온라인중고차 시장이 처음에는 이러한 역할을 해냈다.  오프라인 중고차시장이 아니면 만날수 없었던 수많은 판매자/구매자들을 직접만나게하여 투명성을 어느정도/초기 일정기간동안 이루어냈으나,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 온라인 중고차시장에서의 개인은 수많은 업자들에 의해서 다시 한번 구축(crowding out)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거래시장을 더 만든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 같다. 완전히 다른 거래시장을 만드는 것이 그 해법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한가지 아이디어는 물건은 사람을 따라간다라는 점이다. 사람이 확실하면, 물건은 대부분 확실하다. 사람의 신용도가 물건에 레버리지 될 수 있는 형태의 독특한 거래시장이 그 해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한 사람이 올리고, 확실한 사람이 검증하며, 그 확실한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들을 쉽게 찾을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내가 이미 하고 있는 행위를 일반화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해법인 것이다. 중고거래시장에서 한명의 '개인'을 찾아내어, 그 개인이 누구인지를 알아낸 이후 물건을 보게되면 95%의 확률로 실패하는 법이 없다.  엔카나 보배드림에서도 판매자의 신용도, 구매자피드백 등의 신뢰도, 평판등을 자산으로 축적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고 이러한 신뢰도 기반으로 매물의 랭킹을 정하면 어느정도 자정이 될 것이나, 이들은 이럴 수 없다. 업자들의 비대칭성을 보호해야만 안정적인 수수료수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결론 : 돈 벌 생각없이 오로지 '신뢰' 라는 근원적인 목적에만 충실한 중고차거래시장이 필요하다. 

Posted by Che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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