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이나 원산지 등을 모방하는 것은 정말 짜증이지만, 이러한 현상자체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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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있어서 이유여하를 떠나서 최후에 승리하는 종은 Good replicator 인 경우가 많다. 소위 나보다 잘난 놈이 있으면 일단 카피하고 본다는 것.. 대부분의 경우 95% 는 남의 노력을 가로채고, 여기에 5% 정도의 한두가지 differentiation 을 더하여 환경에 의해서 선택을 받고 dominant species 로 번성해 나간다. 가장 우수한 녀석이 살아 남는게 아니라, 살아남은 녀석이 가장 우수한 녀석이 되어서 다음세대로 전달된다. ( 하여 조폭영화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로 진화론의 본질을 담고 있는 핵심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
산업역시 이렇게 흘러간다.
19세기 미국은 최대의 지적재산권 위반국이었고, 개화기의 일본/전후의 개발도상국 역시 수많은 선진문물을 카피하는 과정을 통해서 앞서 있는 industrial gene 들을 복사해 댔다. 그렇게 그들의 DNA 내부에 수많은 best practice 들이 아로새겨지고 나서야 차별화된 물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중의 많은 수는 새로운 시대의 승자가 되어서 그들에게 그러한 지위를 주었던 근원을 넘어서기 시작한다.
창업기업이 사업전략을 수립할 때, '차별화'라는 말에 사로잡혀서 소중한 시간을 엉뚱한 곳에 소비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전략서에서 이야기하는 차별화/포지셔닝 등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카피해야 할 95%는 아무런 미련없이 카피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유일하게 차별화 할 수 있는 5%에 집중해야 한다. 95% 의 카피 없이는 고객들이 이미 익숙한 환경에 교두보를 마련할 수 없음이요, 5% 없이는 현존하는 마켓리더를 넘어서 자신이 선택받을 이유가 없다. 결국은 95% 의 같음속에서 고객들은 편안함을 느끼고, 5%의 차별화 속에 다른선택을 할 이유가 생긴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어떻게 구성할지는 오로지 CEO 의 통합적 사고력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절대로 산업백서나 전략컨설팅펌의 컨설턴트 머리에서 나올 수 없는 것들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전체 노력의 5% 를 투자하여 95% 를 카피하고, 전체노력의 95% 를 투자하여 5%의 차별화를 만들어야 한다. 95% 의 노력을 투자하여 95%의 차별화를 추구하는 제품이라면, 개벽수준의 환경변화가 와야만 시장에 수용될 수 있는 확률을 갖게 된다. 세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창업기업의 CEO 들은 정확히 이 부분에서 대부분의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백발이 지긋하신 경영자들은 이를 비유로 표현하곤 하는데 바로 이 것이다.
"남보다 한발 앞서서는 안된다. 반발짝(?)정도 앞서는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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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님이랑 현대자동차 제너시스를 처음 봤을때 깜짝 놀랐다.
앞은 렉서스고, 옆은 BMW 7시리즈고 뒤는 혼다 ^^ 그런데 무난하게 잘 팔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