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은 이게 다야..

2013. 10. 5. 14:51

A4 용지에 동그란 원 몇개를 처음은 조심스럽게. 

차츰 더 굵은 선으로 원이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할 무렵, 몇개의 선이 그 사이를 채우기 시작했다. 

처음엔 역시나 조심스럽게 그러나 스케치가 굵어질수록 점점 더 시원하게 ..   

원과 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오브젝트 몇개.  

그게 전부였다. 

그 강렬한 형체를 두 남자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38 살의 큰 노씨와 9살의 작은 노씨.


종이의 방향을 돌리고 위 아래가 한층 더 확실해졌을때 그것의 형체는 한층 더 아름답게 다가왔다.  

"원과 선으로 포션을 잡을 수 있는 거, 기본은 이게 다야. "  

그리고나선 펜을 잡아쥔 손을 가슴에 얹으며 우리를 바라다 봤다.

(pause . . .)

"그 다음 일은 가슴이 하는거지." 


G.A.E 멋졌다.  내 머릿속 뇌세포들이 밑바닥부터 깨끗하게 포맷되는 것 같았다.

드~~~자이너 선생님. 우리 가족은 그 분을 그렇게 부른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상해.  상해의 미래를 담당하고 있는 푸동신구 세기공원.

그 공원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다이닝룸. 드자이너 선생님 집이다.

엄청난 폭우와 회오리바람은 오전 10시의 풍경을 더더욱 감성적으로 만들며 여운을 한없이 늘어뜨렸다. 


기본


포션


샘플


돌아오는 길에 짜러푸에 들러서 연필이랑 스케치북을 잔뜩 사서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 바로 그날.. 파워포인트 없이는 생전 해본적이 없는 스케치를 해봤다.  

'기본'에 충실하며 '가슴'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하며..  (아직.. 잘 안들린다 사실)


기본.. 매일 연습해야 된다.


포션


E92 M3


E92 M3 - 다른 포션


눈앞에 보이던 게 모기약, 애플티비 리모콘, 티비 리모콘 이었음

 

약 2주전 정도에 일어난 일이다. 서울에 돌아온지 한참이 됐고 변한 건 별로 없다.

물론 그림을 그릴 생각은 없다. 소질도 없다. 

내 뇌는 여전히 단백질 덩어리지만 그 연결이 온연히 새로워 졌다.  그걸 얻었다.  

--- 

ps. 항상 나에게 깨달음을 주는 선생님들을 만나게 해주는 아내에게 감사


Posted by Che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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