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University 의 Tom Hertz 라는 훌륭한 양반이 2006년 4월에 "Understanding Mobility in America" 라는 페이퍼를 냈는데,세대에 걸쳐서 부가 얼마나 이동하는지를 분석한 페이퍼다. 쉽게 이야기하면 부잣집애가 얼마나 부자로 살고, 가난한집 아이가 얼마나 부자가 될 수 있는지를 조사한 내용이다. 데이터를 보면 의례 짐작할만한 내용이다.

* 가난한 집 아이가 상위 5%에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은 1%인 반면에, 부잣집 아이의 경우에는 다시 부자로 살 확률이 22%나 된다. ( 부자중에서 오로지 1/5정도만 다시 부자로 산다는 이야기다. ) 중간계층의 아이들 ( 중간계층의 수입은 연 42,000~54,300 USD 정도 ) 39.5% 정도가 부모계층보다 1 quintile 높아질 확률이 있고, 36.5% 의 확률로 하나 아래 quintile 로 이동할 확률이 있다.  이들이 상위 5%의 부자가 될 확률은 또 놀랍게도 1.8% 밖에 안된다.  ( quintile 은 5분위수다. )

이를 이용하여 시작하는 이야기가 부의 기원 챕터18에도 나오는데, 거기에 나오는 표를 그대로 옮겨보면 아래와 같다. 부모의 income level 이 다음 세대의 자식들의 income level 과의 상관관계(correlation)을 정리한 표이다.

                                                      Parents' income level
                                    Top decile            Fifth decile       Bottom decile
 Child's income level at adulthood    
 Top decile
 29.6%7.3%
 1.3%
 Upper 3 deciles
 59.1%23.0%
9.3%
 Middle 4 deciles
 34.3% 48.0% 28.3%
 Lower 3 deciles
 6.6% 29.1% 62.4%
 Bottom decile
 1.5% 7.3% 31.5%

상위 10%의 부자는 29.6% 의 확률로 상위 10%의 부자가 되고 중산층은 무려 48%의 확률로 다시 중산층올 살고, 하위 계층은 더더욱 높은 확률로 그쪽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부자는 높은 확률로 부자로 살고 중산층의 높은확률로 중산층이 되고, 하위계층은 높은 확률로 다시 하위계층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특별히 커멘트가 불필요할 듯 하다. 

부는 세습된다. 어떻게 세습되는 걸까 ?  빳빳한 5만원 신권으로 사과상자 가득채워서 넘겨주는 걸까 ? 단순히 돈만 물려주는 걸로 부의 세습을 설명할 수 있을까 ? 책에서 그 인자들을 설명하는데 단순히 물려주는 돈이 약 12%, 그리고 우수한 유전자(지능?) 이 약 12%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 그 나머지는 도대체 무엇이 차지하는 것일까 ?  무려 3분의 2를 넘어가는 다른 요인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저자는 이것을 부모가 자식에게 학습,경험시키는 culturally driven behavior 와 social capital 이라고 설명한다.  쉽게 표현하면 전반적인 삶이나 당면한 문제를 대하는 태도(attitude)나 그 것들을 해결하는데 함께하는 social network 의 넓이와 품질을 의미하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세상은 불확실성으로 가득차있으며, 남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한발자욱 앞서 나가지 않고서는 아무런 과실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안주하기 보다는 항상 더 위험한 곳을 향해서 나서야 한다는 것을, 한곳에 머물러 있는 것은 멸종을 향한 지름길임을 잘 알고 있다. 남들의 말에 일희일비하지 않기 위해서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학습을 게을리해선 안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오로지 해본 사람들만 알수 있는 것이 있으며, 해보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은 물려줄 수 있는 유형의 자산이 아니라, 오로지 스스로 깨달아가면서 몸에 새겨야 하는 일종의 attitude 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하여, 온갖 창의적인 방법으로 그들의 2세가 그 위험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부의 세습을 설명하는 culturally driven behavior 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social capital 은 엄밀히 이야기 하면 독립변수라기 보다는 cultural behavior ( 나는 이것을 attitude 라고 부르는 것을 더 즐긴다. ) 의 종속변수라고 할 수 있다. 아들이 문제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서 "아빠 친구중에 비슷한 고민을 했던 친구중에 박변호사라는 아저씨가 있는데, 그 아저씨한테 한번 상의해보면 어떨까?" 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를 생각해보면 뻔하게 답이 나온다.  주류는 주류끼리의 네트웍을 강화하며, 그들의 2세는 오히려 더 그들끼리의 네트웍을 강화하면서 부모세대에서 물려받은 culture gene 을 강화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계층을 뛰어넘기 위한 핵심적인 비밀이 숨어있다.
3류재테크책에서 부자가 되고 싶으면 부자처럼 생각하라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이다. 부자가 주식한다면 그저 따라가서 주식하고, 그들이 부동산으로 간다면 그저 따라가서 부동산을 하는게 아니라,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 그들이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라고 상상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처럼 행동해보는 것이다. 비단 그들은 부자가 되는데 실패할 수 있어도 이러한 cultural gene 은 2세에게 세습되고 그 2세는 비로소 본인의 계층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 이론끝.. 아래로는 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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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도 언제나 두개의 자아가 싸운다.

"너 그럼 안되." , "너 이래야되." , "이렇게 하면 되잖아!" .. 끊임없이 나의 시각으로 아이를 재단하려고 하는 나의 모습과,  오히려 시간을 들여서라도 "너 마음대로 해보렴.." "직접 한번 경험해보렴.." "도전해보렴.."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 라는 부모의 모습...

첫번째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는 새장속의 엘리트가 되고, 언젠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 시점에 절대로 상자밖으로 나갈수 없는 엘리트로 위장된 응석받이가 되고 만다. 두번째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는 모든 문제를 '새로운 도전' , '호기심을 해결하는 기회', '변화를 위한 계기' 로 삼는 습관을 들이게 된다. 두 아이의 미래는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대로다.

불행히도 나는 아직 첫번째 부모이다. 두번째 부모를 하기에 나 자신도 아직 여유가 없다. ( 방금도 '너 그러면 죽을 줄알아!!' 라는 말을 내뱉고 말았다. ㅠ.ㅠ 지금 내가 쓰는 이 글은 바로 직전의 나의 행동에 대한 열라 치사한 장문의 반성문이다. 사실.. ) 그리고 나에 대한 철학도 부족하다. 언젠가 내 12년 동창친구와 가족여행을 간적이 있는데 내가 그에게 그의 아들을 가르키며 "이 아이는 커서 뭐가 될까?" 라고 묻자 그 친구는 "서른 네살의 나도 내가 앞으로 뭘할지 모르겠는데 이 아이를 어떻게 알아..." 라고 자조적인 농담을 했었는데.. 그게 바로 그의 모습, 그리고 나의 모습,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내가 좀더 나에 대한 확신을 갖는 날이 오면 내 기필코 두번째 부모로 살아가리라. 그리고 우리 아들을 내가 속한 decile 위로 보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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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진정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당신의 아이가 서른 네살짜리 어른이더라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어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아이는 여전히 아이일뿐이다.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결과지를 당당하게 받아들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자식의 모습으로 아이를 재단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당신이 아이를 위한다면서 은근히 강요하는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오히려 자식을 죽이는 길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안정과 보편성에 안주하려는 자식에게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고, 더 위험한 일을 계속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그것이 삶의 진정한 이유임을 당신이 갖은 모든 것을 이용해서 학습시키고 응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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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닮아서 아이는 자동차를 좋아한다.
자동차를 운송수단 이상으로 즐긴다는 것..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아이가 7살이 되면 시속 80km/h 정도까지는 달릴 수 있는 카트를 태워줄 예정이다.  그리고 "저건 위험하니 절대 해서는 안되." 라기 보다는 직접 위험에 도전하고, 그것을 제어하며 정복하는 작은 성공의 경험을 만들어 주고 싶다. 그리고 이 작은 경험은 훗날 그가 어떤 다른 문제를 만났을때도 피하지 않고 도전해보는 "용기"에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 
( 물론 난 예측가능한 모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모든 배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게 내가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나의 사랑의 표현이자, 내가 물려줄수 있는 cultural gene 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 엄마는 엄청 변태적이라고 말리고 있지만.. )

Posted by Che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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