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늦은 밤 몇몇 파츠를 새로 구성한 내 자전거 쉐이크다운을 마쳤다. 집에서 나가서 가볍게 남산 한번 오르기. 딱 작년 이맘때 즈음에 문식, 상민님 따라서 남산에 오르기 시작한 이후에 북악산, 화악산, 유명산, 대관령, 진안, (지난번에 갔어야 하는 설악산은 일때문에 못갔고), 약 2주후에 있을 무주 그란폰도까지... 13% 넘어가는 업힐이 아니면 (느리긴 하지만) 이제 어디든 갈수 있음이오. 7~8% 업힐은 평지로 느껴지는 레벨에 도달했으나, 여전히 초급중기에서 말기 정도의 수준..
지난밤에 한참동안 word file 에 문자들을 때려넣고 있다가 갑자기 자전거 분해청소 정도 한번 해보자고 자전거를 무턱데고 다 분해했는데, 때 마침 문식님이 인셉션을 거는 바람에 갑자기 11단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11단으로 넘어가려니 구동계랑 휠 뭐 이런 것들 다 바꿔야 하더라. 덕분에 밤에 침대에 누워서 자기전에 한시간씩 도싸게시판을 정독하고, 후기들을 읽고, 자전거와 관련한 책들 잔뜩 다 들여다보게 되는 짓을 반복하기를 2~3일.. 순식간에 파츠들을 구매하고, 조립을 완료했다.
라이더와 기계는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가? 오~ 심오해..
원래 계획은 내가 하나씩 찬찬히 파츠들을 조립하면서 자전거의 구조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었으나, 끝에 가서 브레이크라인결합, 바테잎감기, 체인장착, 앞/뒤 드레일러 조정은 전문가의 손길을 타게 됐다. 사실 조립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시라도 빨리 남산에 끌고가보고 싶어서 그랬다는게 정답일듯 ㅠ
BB30, 프레스핏, GXP, 잉글리쉬 비비들의 특징들, 어댑터들을 사용했을때 생기는 각종 문제점들, 휠/타이어의 궁합, 구동계 성능비교 및 개별파츠들의 무게들, 어떤 제품들이 많이 팔리고 어떤 제품들이 가성비는 좋은데 많이 안팔리는지 뭐 별별 잡다구리한 지식들이 엄청나게 충만해졌다. 정말 어떤 분야가 됐건간에 파면팔수록 정말 깊고도 깊다. 이런 세세한 곧에 숨어있는 디테일들이 정말 재밌다. 암튼 각설하고 어제저녁 주행은 정말 끝내줬음. 전체적으로 가벼워진 무게 (특히 휠), 풀 이너에 더해진 3개의 톱니(28T)와 34T 컴팩트 크랭크의 조합에서 얻어진 추가의 케이던스, 울테랑은 또 완전 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풀듀라 구동계, 푹신한 카본핸들바, 영원히 구를것 같은 듀라허브, 140 까지 꽉꽉 채워넣은 튜블라휠.. 역시 실력이 안되면 장비빨이라도 세워야 동호인 생활에 재미가 생긴다.
어제 저녁 남산로그..
구동계랑 휠을 바꾸다 보니, 프레임기변에 대한 뽐뿌가 심하게 온게 사실이긴 하지만... 지금 쓰고 있는 GIANT advanced sl 이녀석이랑은 너무 정이 많이 들었다. 로드를 타면서 얻게 되는 그 깨알같은 좌절과 성취들, 그 생생한 역사를 머금고 있는 녀석이라서 떠나보낼 수가 없었다. 별 말도 안되는 이유이긴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 수록 내가 애착을 주는 물건들이 생긴다. 오래된 필코키보드부터 롤케이지가 잔뜩 둘러처진 나만의 차, 나만의 자전거. 비싸고 남들이 알아주는 좋은 물건들보다 내 아이의 사진에 등장하는 녀석, 내 아내의 웃음이 녹아 있는 물건, 내 동료들과 함께 넘었던 역경을 간직하고 있는 그런 물건들은 더이상 물건이 아니라 또 다른 나의 존재가 되는 그런 느낌이다. 암튼 결론은 하룻동안 빡터지게 고민했으나, 나는 이 프레임을 떠나보낼 수 없다 뭐 이런 이야기.. 그런데 큰 문제가 존재했으니 바로 이 녀석이 Di2 대응프레임이 아니라는 것. 깔끔하게 프레임내부로 모든 케이블을 넣고 싶었는데, 그건 결국 해내지 못했다. BB하우스에 구멍이 하나도 안나 있어서 도저히 내장정션을 넣을수가 없었던 것. 할수 없이 내장정션은 와이프 자전거에 내가 원래 사용하던 Ui2 를 이식하면서 사용하는 것으로 하고 외장정션을 이용해서 와이어링을 완료했다. 최대한 모든 선들은 프레임안으로 집어넣고, BB하우스 아래에 외장정션에서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작업시작..
암튼 중간중간에 사진 몇개 찍어 놓은 것들 기록으로 남겨둔다.
앞드레일러 와이어는 케이블홀을 8mm 드릴로 넓혀서 통과시키고 그 자리는 그로밋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드릴링을 하는데 사정없이 카본원사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내 살이 뜯겨나가는 것 같았다 ㅠ.ㅠ
다행히 비비하우스 아래에 앞뒤로 구멍이 하나씩 뚫려 있어서 와이어링을 하는 것이 어렴진 않았다. 저 뒷구멍으로 앞드레일러 와이어가, 저 앞구멍으로 싯포배터리랑 프론트정션으로 가는 와이어가 들어간다.
와이어를 프레임 내부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철사를 이용해서 가이딩을 해줘야 한다. 원래들어있는 와이어길이가 짧아서 시마노에서 별도로 1200mm 와이어를 구입하고 100mm 단위로 케이블타이를 감아서 프레임 내부에서 어느정도 거치능력을 발휘하도록 장치했다.
다운튜브로 올라온 케이블을 ..
탑튜브 아래에 있는 구멍으로 밀어넣어서 빼낸다. 나중에 와이어 길이를 맞춘후에 그로밋으로 마무리..
프론트 정션에서 온 와이어가 앞구멍을 통해서 외장정션에 도착.
그 다음 작업이 대망의 싯포형배터리 장착인데, 외국에 포럼을 다 뒤지고 그래도 전용의 마운트가 아니면 대부분 다 뽀록으로 해결을 하는 분위기.. 최대한 가벼운 재료로 라이딩중에 싯포에서 탈출하지 않도록 작업하는게 관건인데... 아무리 주위를 돌러봐도 활용할만한 자재가 눈에 띄질 않는 것이었다. 가공해서 사용하려고 이마트에서 구입한 차량용 문콕방지 스폰지도 막상 가공을 하려고 하니 충분한 거치력을 보이기에는 표면마찰이 너무 적었다. 그래서 집안을 이잡듯이 뒤집다가 결국은....
와이프 요가매트 귀퉁이를 오려서 사용했다. 그 넓은 판에 끝에 한 5cm 떨어져 나갔다고 요가 못하는 건 아니니 ㅠ.ㅠ
자 이제 싯포스트역시 조립완료..
일단 마무리를 하기 전에 프론트정션, 콘트롤레버, 앞드레일러, 뒷드레일러를 모두 부착해서 제대로 동작하는지 테스트.. 신뢰의 시마노, 역시 칼같이 잘 동작한다. 일본애들이 정말 물건하나는 끝내주게 잘만든다는 탄성이 계속 나왔다. 칼같이 움직이는 드레일러들의 움직임들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뒷드레일러의 연결이 제일 아쉬운 부분인데, 여기는 따로 와이어링을 할만한 구멍이 없다. Di2 대응바디가 아니기에 이건 이쩔수가 없다. 작게 구멍을 뚫고 리베팅을 칠까 고민을 했는데, 시트스테이나 체인스테이는 표면적이 넓지 않아서 괜히 가공을 하다가 안전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이 부분은 그냥 외장으로 마무리를 하기로 결정..
와이어들의 선길이들을 정리하고 외장정션 내측의 길이조정 섹션을 이용해서 깔끔하게 조정하고 흘러내리지 않도록 스톱퍼들을 케이블타이로 만들어서 작업..
물통행어들 부착하고, 일단 가조립.. Ui2 외장와이어를 사용할때보다 백만배 깔끔해졌다.
자 여기서부터는 집에서 공구없이 할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 샵으로 이동..
앞뒤 드레일러는 원래 듀라9000 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작업은 하지 않고, 브레이크패드만 카본 전용으로 변경함.
BB 베어링도 듀라9000으로 교체할려고 그랬으나..... 시마노 프레스핏비비는 모두 한종류 ㅠ.ㅠ 자이언트말고는 프레스핏비비를 거의 사용하질 않는지, 이거 구하는게 은근 어려웠다. 휴일이라서 반포에서 광장동까지의 샵을 모두 훑어서 자양사거리에 있는 자이언트 직영점에서 시마노 프레스핏 비비 + 헤드튜브 베어링들을 모두 신품으로 교체..
핸들바는 좀 부담되는 가격이긴 했는데 편안한 승차감 및 프레임과의 깔맞춤을 위하여 3T 에르고노바 리미티드 42cm로 지름. 스템은 3T ARX PRO TEAM 90mm .. 원래 100mm 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예전에 피팅할때 얻은 수치를 고려하여 10mm 를 줄이기로 결정함.. 적절한 스템길이가 또 간지품목인데 10mm 줄이는데 좀 아쉽더라는. 듀라9000 레버는 정말 손에 착~ 감긴다.
자 여기까지는 내가 ....... 이 뒤로는 한남동 와츠로 이동해서 전문미케닉분한테 나머지 작업 의뢰 ... ( 원래 내 자전거랑 와이프 자전거 만져주시던 환걸님께서 브롬톤 대회 낙차사고로 갈비뼈가 나가서 입원중이시라는 ㅠ.ㅠ )
김형만(?) 미케닉이시라는데 .... 이분이 나머지는 폭풍마무리.. 클릿은 원래 사용하던 케오2맥스 그대로 사용.
자 일단 집에 돌아와서 한번 원래 걸려 있던 거치대에 걸어보고 너무 뿌듯해서 사진한장..
Di2 와이어링을 스스로 깔끔하게 해냈다는 사실에 대견해 하고...
11단이 맞는지 손으로 짚어가면서 스프라켓 검사.. 11장 맞음 ㅎㅎㅎ .. 저기 저 색깔이 다른 부분은 티타늄(영어로는 타이태니움?)이라는데, 나 티타늄 완전 사랑함.
클릿페달 스프링 장력 좌우로 모두 조절하고..
가민 케이던스용 자석 부착... 저 케이블타이가 내심 맘에 안듬.. 더 아름다운 고정방식이 있는지 찾아봐야 되겠음
저기 저 검은색 케이블 타이도 맘에 안듬.. 집에 검정색 타이밖에 없어서 일단 작업했는데, 오늘밤에 마트가서 흰색 케이블 타이를 사와서 다시 바꿔야 되겠음.. 휠에 속도계용 자석도 단단히 고정하고.
빨간색 가민.. 3T Team 이랑 깔맞춤이 잘 된듯..
자 모든 준비를 마치고 쉐이크다운 준비완료.. 이때가 6월6일 저녁 8시 정도 되었을 꺼임.. 가다가 봉크오면 안되니 급하게 누룽지 한판에 초콜렛 네알 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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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주차되어 있는 내 새끼들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풀듀라9000.. 자이언트에는 역시 풀 시마노가 어울린다.
브레이크 케이블이 듀라9000이 아님... ㅠ.ㅠ 브레이크 케이블은 언제 시간날때 9000 와이어로 교환할 예정. 케이블이 무슨 차이가 있겠어 싶겠지만... 듀라9000 케이블은 정말 부드럽다. 케이블에 촛농으로 코팅을 쫙 해둔것 같은데 손으로 잡아봐도 그냥 죽죽 미끌어진다.
오늘 오후에 와이프 자전거를 와츠에 맡기고 왔음. 내 자전거에서 떼어낸 Ui2 를 이식하고, 9070 구매하면서 같이 따라온 브레이크암이 있어서 앞/뒤 브레이크만 듀라9000 으로 업글예정.. 바테잎은 무지하게 밝은 핑크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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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열심히 엔진 업그레이드 하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