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Log

무려 4년만에 다시 맥으로 복귀

Chester 2012. 4. 1. 02:28

맨날 귓가에 앵앵거리던 아이의 목소리가 단 대여섯시간만 안들려도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된다.  회사에서 굴러다니던 맥북을 집어들고 무려 4년만에 업무환경을 맥으로 옮겼다. 순전히 저녁에 보고 온 영화 한편이 자극한 감성때문이다. 

이제는 살짝 어색한 유닉스 커맨드들을 이리저리 써보면서 내 환경에 맞춰서 설정들도 변경하고, 어색하기만 한 개발툴들도 몇개 설치하고 예제들 몇개 만들어 보면서 새삼 흘러간 시간들도 느껴지고.. 깔끔하기 그지없는 윈도우 화면을 보다가 약간은 블러된 느낌의 맥 화면을 보니 눈이 침침해진다. (다행이 아직 가까운 것은 잘 보이는 것 같고)  한영전환을 shift+space 로 바꾸고, 캡스락키를 콘트롤로 바꾸고, 이제는 키보드 조합도 잘 생각도 안나는 이맥스도 깔아놓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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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저녁에 건축학개론이라는 십몇년전 감성 풀풀 자극하는 영화를 한편 보고 왔는데.. '첫사랑' 이라는 단어가 메인이더라. 생각해보면 내 첫사랑은 94년 KAIST 가동 기숙사에서 만났던 FAST5 터미널이었던거 같다. 대단한 열병이었고, 대단한 사랑이었음이 틀림없다. 터미널 띄어놓고 이것저것 하고 있다 보니 손끝이 모든 것을 기억해내는 것을 보면 .. 언젠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뭔가를 한다면 그땐 파워포인트가 아니라 다시 개발툴이 될 것 같다.  화면 꽉 차는 터미널 띄워놓고 내가 언제나 사용하던 환경으로 .bashrc 다 고쳐놓고 나니까 내 첫사랑의 감성을 조금은 회복한거 같아서 행복하다.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