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대한 어려운 질문들
저널리스트도 아니고 학자도 아닌 입장에서 무언가를 단정적으로 이야기 하는 건 참 힘든일이다. "옛날에 어떻게 하셨어요 ?" 에 대해서는 진실에 입각하여 이야기할 수 있지만, 미래에 어떻게 되겠어요 ?? 라고 하면 ... "그...글쎄요....음..." 이런 답이 자주 나오게 된다. 어렸을때야 무식한줄도 모르고 막 떠들어 댔는데, 요새는 영 시원찮다. 세상이 그만큼 복잡해졌고, 실행을 전제로한 무거움 때문이라 자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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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열렸던 비지니스 블로그 서밋 2008 의 오전 마지막 시간 패널리스트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와 관련하여 도착했던 질문지에 답을 달아 두었던 것을 공유해본다.
1. 블로그가 가져온 미디어리더십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질문의 주제가 상당히 넓은데, 물론 좋게 생각함.
역사적으로도 정보전달에 있어서 새로운 도구의 탄생은 새로운 미디어의 흐름을 만들어 냈다. 인쇄술이 나왔을때 그랬고, 라디오, 티비가 나왔을 때도 그랬다.
그러나 인터넷 이전까지는 단방향 전달성에서 그 속도를 높이고 범위를 넓히는 데에 중점이 되어 왔다면, 인터넷이 가져온 변화는
'양방향성' 에 그 핵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변화가 온라인이 가져온 미디어 리더쉽의 변화라고 한다면, 좀더 범위를
좁혀서 블로그가 가져온 변화는 미디어활동에 있어서의 참여 주체를 우리 사회에서 가장 작은 참여개체인 '개인'의 레벨까지 떨어뜨린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누구와의 합의도 없이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 실시간적으로 대화에 참여할 수 있으며, 주변인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기존의 집단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속도로 담론을 형성해간다. 참여의 장벽을 낮추었고, 그 소통의 속도를 매우 빠르게 하였다.결론적으로 한명의 어떤 권력자가 아닌 개인들의 합, 이바닥 용어로 소위 집단지성이 여론을 형성할 수 있게 된 점이 블로그의 가장 큰 공헌점이라고 생각한다.
2. 수평적인 블로고스피어에도 소위 파워블로거, 인기블로거 등을 위주로 한 쏠림현상 내지는 권력구조가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연한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수평적인 사회에 살고 있지만 쏠림현상 내지는 권력구조가 존재한다. 블로그스피어도 사람사는 동네인데 당연하지 않나 ?그러나 현재 소위 파워블로거들의 권력구조가 완성점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블로고스피어가 아직 극 초창기라고 생각한다.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을수록 first mover effect 는 힘을
발휘한다. 즉, 초창기에는 자신이 네트웍의 일원이 되기보다는 네트웍 자체를 형성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초기효과는 더 많은 연결들을 만들게 되고, 이는 밖에서 바라보는 제 3자의 관점에서 봤을때는 무너뜨리기 힘든 권력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장 먼저 움직인 사람들이 더 많은 연결들을 가지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더 많은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월마트에서 똑같은 가격의 물건을 살때에도 웬지 살짝이라도 오래된 브랜드가 있다면 주저없이 선택하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오래된게 좋은거고 써본 사람이 좋다고 하는게 좋은거니까.
그러나, 시스템이 초창기를 넘어서서 상승기를 거쳐 완숙기에 이르는 사이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될 가능성이 있다. '적자' 즉, 'most fit' 이 등장하게 된다. 블로고스피어에 있어서의 적자는 이미 사회에서 적자가 된 사람들일 가능성이 있다. 이미 오프라인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고, 사회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이미 인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네트웍에
합류하였을때에 큰 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적자를 중심으로 전체적으로 재편이 일어나게 될 것이고 기준 자체가 우리가 현실사회에서
느끼는 권력구조와 비슷하게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아마도 블로그 운영을 통해서 브랜드밸류 축적/직접적인 자본등의 수확 등 ROI 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이미 미치고 있다고 봐야하나 ?
3. 기업이 기존 블로거들을 PR이나 마케팅에 활용하는데 있어 주의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하나의 '글' ( 물론 사진/동영상 다 포함되어 있겠지만 ) 로 표현되는 컨텐츠가 과거랑 다른 점이 뭐가 있나 ? 까페의 글이나 블로그의 글이 그 형태나 구성에 있어서 뭐가 다른가 ??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블로거' 하면서 여기에 사람, 특히 '개인'이라는 개념을 집어넣게 되면 대단히 신기한 현상들이 많이 나타나게 된다.이
사람들이 그 블로그를 자신의 정체성과 일치시키는 현상들을 흔하게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대단히 전문가들이며,
자존심이 세고, 정정당당함/비영리 등을 honor code 로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블로그를 존재하게 하고 의미있게
하는 것은 주변의 social network 과 진배 아닌데, 이 사람들에 대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법이 전문성, 진실성,
투명성 뭐 이런 아름다운 키워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기업활동을 하면서 영업을 할때에도 '사람'을 봐가면서 한다. 부패한 사람에게는 돈을 먹이고, 누구에게는 아부를 하고,
누구에게는 원칙대로 정정당당하게 한다. 그런데 이 블로거라는 사람들이 마지막 부류일 수 밖에 없음을 잘 생각해야 한다. 그
블로거를 그 블로거이게 만드는 기작이 소셜 네트워크에서의 reputation 임을 잘 인지해야 한다. 그렇다, 블로그는 정보와 지식과 명예를 매개로 하는 SNS 이다.
그래서 돈줄테니 써라. 돈먹고 어떻게 그런 포스팅을 할 수 있냐.. 라는 접근은 모든 필요조건을 갖춘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치는 약이다.
'진실' , '솔직' , '대화' , '존중' 이런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해라.
오히려 그런 것들이 가장 소중한 마케팅 자원이다.
4. 블로그 외에 뉴미디어에 있어 중요한 도구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향후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소위 뉴미디어라고 이야기 하는 것 중에 제목/본문/저장하기 ..... 패턴을 벗어난 것을 아직 못 본거 같다. 최근에 제목생략을 많이 본것 같고.
모바일이 locative-information 과 연합하여, 완벽한 지역미디어를 만들어내기 시작할때, 여기에 사용되는 도구와 작은 규모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들을 주목해야 될것이다. 모바일/온라인 구분이 모호해지는 feature-phone 같은 smart-phone 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을때가 또다른 기회점이 있을 것 같다. 온라인은 실물을 무한정 multiply 할 순 없다. 적절한 승수가 있을텐데, 그것이 그리 크다고 보진 않는다. 역설적으로 점점 더 현실이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새로운 변화들이 많이 탄생할 것이다.SNS, Media, Commerce, Experience 까지...
5. 블로그의 3년 뒤 모습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블로그는 이제 commodity .. 다른 결정변수들로 눈 돌려야.
개인들이 인터넷에 자신들을 대표하는 접점들로 사용해 가는 성향들이 증가함에 따라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더 자연스러워 질것이다.단지 글쓰는 도구를 넘어서서, 개인이 온라인에서 자신의 접점화하는 경향이 강해질텐데.. 개인단위의 미디어 기업이 생기고, 여행준비포럼이 생기고, 하루짜리 이벤트 블로그가 생기고... 블로그는 이래야 된다라는 특성이 점점 더 사라질 것이다. 워드 살때 우리는 기사성(미디어성) 글만 쓰려고 사는 건 아니니까.
지금이야 통검, 까페, 미니홈피지만... 뭐 따지고 보면 다 홈페이지 아닌가? MS word 같은 위치가 되지 않을까. 90년대 중반 윈도우 3.1 의 등장과 함께 범람하던 워드프로세서 회사 사장님들이 "왜 우리가 짱인가?" 라는 기사들로 쭈욱 배열되어 있던 기억이 난다. 거의 비슷했는데, 어떤면에서는 아래아 한글이 훨씬 좋았고..그런데 왜 MS word 가 짱먹었을까 ? 우리 모두의 심한 불운때문에 ??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심하게 일반화하면) ppt 랑 xls 랑 함께 있어서 그랬다.블로그에 있어서 그게 뭘까 ?? 블로그에서 ppt 와 xls 를 찾는 사람이 모든 first mover effect 를 이겨낼 것..
6. 촛불문화제를 통해 알 수 있듯이(예컨대 조중동에 광고를 게재된 기업들에 대한 항의 등), 이제 시민들은 기업의 경제활동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런 현상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긍정적인 변화는 정정당당한 기업은 (착한기업이라는 말은 안 쓰겠음.) "고객가치"를 돈 안들이고 관찰할 수 있는 무한 기회를 얻게 된 것. "고객관점"에 대해서 깊이 이해하고 있는 회사라면 실보다는 득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은 장사하기 빡빡해진것. 적당히 해서 먹고 사는 시대가 끝난듯..
어느분야던지 초창기에는 화려한 다양성을 경험하게
되지만, 아주 빠른시간안에 1등 즉 최적자가 독점하고, 나머지는 죽어가는 운명에 처하게 될 것. 결국 이러한 미디어의 민주화가
엄청난 다양성을 창발시키지만, 역설적으로 아주 빠른 시간안에 다양성에서 최적의 후손을 선택해버리게 되는 양상. 다양성은 적자를 아주 빠르게 선택하기 위한 절차에 불과해질 것, 다양성이 없는 것 자체를 잘못되었다 말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생각함.
불과 10년전에 거시경제 배울때만 해도 경기10년순환론 배웠는데 아직도 그렇게 가르치려나 ? 참 피곤한 일.
7. 어쨌든 앞서 질문한 내용은 피할 수 없는 방향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요?
1900 년대 초 electrical grid 가 생성될 때의 혼돈이 적절한 예제가 될 수 있을까 ?
모두가 전력공급업자가 되고 싶어했는데.. 그 플랫폼을 가졌을때 누리게 될 영구적 지위를 누가 몰랐을까.. 또 누가 안하고 싶었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 제일 현명했던 사람은 최종승자가 된 사람이라기 보다는 빨리 포기하고 다른 게임을 준비한 사람.. 이를테면 콘센트에 탁!!! 꼽히는 시원한 선풍기랑 예쁜 전등 만들던 사람들이지 않았을까?
역사에도 이러한 "피할수 없는 방향"에 대한 예제들은 많지 않나 ?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었을때 농경산업에 있었던 전통적인 부유층들은 뭔가 살짝 유행하는 것 정도라고 생각을 했었지. 그리고 자신들의 부를 유지하고 불려주던 과거의 규칙들을 그리워 하기만 했었음. 그리고 그러한 규칙들이 다시 돌아올꺼라는 일념으로 남은 생을 살다가 땡.. 과거의 규칙은 다시 오지 않는다 !!!
그런데 한가지 우리는 농경사회의 지주계층이 산업사회의 완숙기에 들어섰을때도 상당히 잘사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즉, 우리가 미래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장 내일의 현실은 아니라는 것.. 예전보다 오는 속도는 상당히 빠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