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단편

관계 그리고 변화 ..

Chester 2006. 11. 12. 18:09
버스요금 지불이 카드형식으로 바뀐 이후에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한다.
아침 출근시간에 혼잡한 버스를 타게 되면 앞문으로는 더이상 탈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 경우에 버스기사님들은 뒷문을 개방하게 되고, 뒷문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게 된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명도 빠짐없이 그 좁은 틈바구니들 사이로 이리저리 손을 내밀어 요금을 지불하기 시작한다.. 삐~ 삐~ 삐~ ...  기사아저씨는 이미 차를 출발시키고 있고, "요금내세요.."라는 말을 한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착실하게 돈을 내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힘들게 돈을 내도록 만들까 ?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데 말이다 ? [각주:1]

온라인에서 찌질한 익명댓글이 문제라고 한다. 초딩생들이 문제라는 이야긴데, 나의 섯부른 예측에는 초등학생들의 숫자보다 마음속에 초딩을 간직한 어른들이 훨씬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과거의 경우 ( 당장 나의 대학시절만 봐도 ) 가끔 만원버스에서 돈을 안내고 앗싸아~하는 표정의 학생들을 볼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한 것에 인센티브를 느끼며 희열하는 사람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가 성숙화 되면서 ( 속칭 시민의식이라는 ) 서로간의 관계성이 이러한 양의 균형상태를 잡아가고 있다 쉽게 말할 수 있다.

offline 의 수많은 의식들이 이처럼 성숙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online 역시 그러할 조짐을 슬슬 보이고 있다.  익명의 폭력댓글을 남겨지면 일일이 반응하던 사람들 역시 같은 수준으로 반응하기에 앞서 "당신은 참 찌질하시군요." 라는 표현을, 무관심과 적절히 혼합하여 사용하고 있다. [각주:2] 수많은 양질의 토론성 댓글들이 붙어 있는 곳에서 홀로 독야청청 찌질하기도 힘들다. 무언가 반응이 있어야 "자신의 초딩적 사고논리가 맞다"라는 착각과 함께 어설픈 말들을 쏟아내게 될텐데, 반응자체가 "당신은 찌질하군요!"로 돌아오는 상황에서, 더이상 무언가를 진행할 인센티브를 얻지 못하게 된다. 즉, 속된 말로 찌질한 댓글놀이의 재미가 급속도로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주:3]  ( 자꾸 찌질이라는 표현을 쓰니, 어째 기분이 좀 그렇다만.... 적절한 형용사가 생각 안나서~ )

이러한 현상이 한국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말자.
과거 애플의 신제품 출시 소식을 찾아서 영어권의 이 블로그 저 블로그를 찾아 헤메일때도 속칭 애플빠와 엠에스빠들을 많이 만났다. 우리하고 똑같으면 똑같았지, 결코 덜하거나 더하지도 않다. 인간본연의 동물적 속성속에 숨어 있는 초딩근성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봐야한다. 일본의 2ch,  한국의 디씨인사이드 역시 그러한 커뮤니티라고는 하지만 묘한 균형상태가 존재하며, 그것이 서서히 양의 방향을 통해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느끼고 있는 사실이다.  [각주:4]

여기서 또 다른 이야기..
2~3 년전부터 한국 인터넷기업들의 일본,미국 등으로 해외진출이 가속화 되고 있지만, 대부분이 잠정적 실패라는 결론을 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왜그럴까 ? "온라인은 대한민국이 더 빠르다." 그러기에 "앞서 있는 것을 뒤에 있는 시장에 가져가면 될것이다!" 라는 일반적인 논리가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두가지의 가정을 세워볼 수 있겠다.  첫째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국민성이 너무 특이해서 그랬다[각주:5]라는 것.. 그리고 둘째는 우리나라가 어쩌면 온라인/오프라인 뭐 이런걸 떠나서  이러한 문화의 수용행태에 대해서 그들보다 후진적이었다라는 것이다. [각주:6] 나 역시 답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후자에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

그동안 여러 회사들에게 큰 성공을 안겨줬던, 한국적(!)으로만 독특했던 커뮤니티의 발생인자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듯 하다. 싸이월드의 홍수이후에 사생활에 대해서 민감하게 보호하기 시작하는 개인들의 행동변화, 인터넷 이곳저곳에 숨어있는 개별적인 커뮤니티, 수많은 개별블로그들이 이러한 변화의 방향에 대한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아직 통계로 탁 잡히지는 않지만,  각기 다른 방향성을 지닌 수많은 미시상태들이 늘어가고 있으며, 그 수치가 성장중이라는 것이 충분히 감지되고 있다. 즉, 변하고 있는 건 확실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잠행기에 보이게 되는 또다른 특징중의 하나가 특별한 변화가 없는것 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공급측에서의 특별한 이슈도, 수요측에서의 특별한 이슈도 없이 시장자체가 표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개별참여자들이 갖게 된다. 

이번에는 어떨까 ? 수많은 서비스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 변화의 승리자 역시 포탈이 될까 ? 내가 개인적으로 이에 반하는 회사를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순수히 개인적인 판단으로 그리 될 것 같지는 않다. 성공할 것 같으면 단기간의 창조적 모방을 통해서 외부의 혁신을 다 수용해버리는 포탈식 사업전략[각주:7] 이 요번에는 잘 안통할 것이라 보인다. [각주:8]  앞으로 짧은 기간동안 우리가  기존에 옳다고 믿는 방법론들이 일일이 해체되어서 새로운 규칙을 찾는 급변기를 맞이하게 될것이다.  그러한 과정 자체는 극도로 분산되어 가는 것처럼 느끼겠지만, 그 변화의 결과물이 모습이 드러날 때쯤이면, 새로운 집중의 형태로 보여지게 될것이다.  "이번엔 그렇지 않을까?" 가 아니라 항상 변화는 이런 모습을 띄어왔다. 그 결과가 어떠할지에 대해서 모두가 다른 판단과 실행방향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 그 수많은 다름중의 하나이다. 확실한 것은 그 수많은 다름속에 Next Big Player 가 숨어 있다는 것. [각주:9]

하고 싶은 이야기가 수십가지이지만, 결론을 내어보면 오프라인의 관계성을 온라인으로 연결시켜오던 기존의 성공공식에는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것. 온라인의 관계설정에 있어서 한국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지던 많은 것들이 가능하게 될거라는 것. 그 이유는 오프라인의 의식수준 발달에 후행할 수밖에 없는 온라인의 의식수준이 이제 오프라인에 준할정도의 성장[각주:10]했다라는 것.[각주:11] 개인적으로는 이 변화에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관계성은 굉장히 다양하고 분산화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서, 이거 과연하는게 맞아?틀려? 뭐 여기에 먹을꺼나 있겠어? 라는 생각을 들게하지만, 이러한 것을 받아서 다시 하나로 모을 준비를 하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것.  "이번에도 그때맨치로.. !!" [각주:12] 라는 전략을 또 쓰는 사람은 좀 우울할 수도 있겠다는 것. 뭐 이정도.. 쓰고나니 근래에 쓴글중에서 제일 기네.. 별 내용도 없고.. 쩝.

내가 절대로 맞다는 생각은 절대로 안한다. :) [각주:13] 개인적으로 "뭐 틀림말고, 다음꺼!!"를 외치는 성격이라, 언제나 그렇듯 당신은 당신 맘대로, 나는 내 맘대로...


  1. 돈을 안내는 것이 당신에게 이익이 아닌가 ? 이런식으로 한달 교통비 한푼 쓰지 않고 출퇴근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본문으로]
  2. 예제를 하나 들어보라면 http://mskim.tistory.com/91#comment1062324 , 참조가 될지도.. [본문으로]
  3. 모든 놀이는 재미라는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안하게 된다. 물론 밤놀이와 같이 무한효용을 주는 놀이도 있지 않냐? 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나이 먹어봐라, 그것도 하루이틀이지.라는 말을 돌려주고 싶다. [본문으로]
  4.   빽데이타 없다.ㅠ.ㅠ  변화의 한중심에서 감지되는 대부분의 불일치현상은 정량적이기에 앞서 지극히 정성적이다. [본문으로]
  5. 혹자는 인구의 수도권 집중과 네이버로 대변되는 문화의 호모지니어티를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으나, 일본봐라.. 우리보다 더 집중적 인구분포를 가지고 있으며 야후의 포탈시장 점유율은 80% 를 넘어선다. 뭐가 다른거지? [본문으로]
  6. 문화가 후진적이다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음에 집중하라. 어떤 문화가 어떤지에 대해서 관심도 없다. 다만 무언가 새로운것을 받아들이는 행태에 대해서 관심이 있을 뿐이다. // 또 다른 이야기로, 예전회사에서 G사와의 미팅중, 그쪽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대한민국이 정말 우리보다 3년 앞서 있는건지.. 아니면 3년뒤쳐 있는건지에 대해서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다는...^^ 당신은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본문으로]
  7. Opinity AP 의 한상기 대표님은 이러한 정도를 "Naver Risk"라는 말로 표현을 하신다.  한국에서 당신의 인터넷 사업에 대한 robustness 를 check 하려면, 네이버가 속칭 알바를 동원해서 당신의 사업기반을 얼마나 빠른 시간에 구축해서, 당신보다도 더 빨리 대중에게 다가설 수 있는가? 의 척도로 계산을 해보라는 것이다.  Data 역시 Open Data 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요즈음 Naver Risk 로 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Branding 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본문으로]
  8. 그렇다! 아니다! 로 또 한참 토론이 가능한 분야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지 않나. [본문으로]
  9. 시기상 그분은 앞으로 창업할 사람이라기보다는 근과거에 창업했던 수많은 플레이어들중의 하나가 될것 같다는.. TNC ?? 사장이 아직 혼돈상태인데....ㅠ.ㅠ  조만간 그 후보군에 올려 놓기 위해서 노력을  더더욱 쏟을 예정이다. [본문으로]
  10. 일종의 catch-up-growth [본문으로]
  11. 서울 사는 사람들은 지나온 10년을 쭈욱 돌이켜 보자. 주변에 벤츠가 갑자기 많아졌다고 느낀 시점은 언제인가 ? ( 웃기지만 나는 이런걸로 판단을 한다.ㅠ.ㅠ) 부동산자산의 거품효과때문이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질이 올라가고 있다라는 것은 돌이킬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느 한곳의 변화는 시차를 두고 주변에 반드시 영향을 미친다. [본문으로]
  12. 전라도 사투리로 이번에도 그때와 똑같이 !!! 뭐 이런뜻이다.  [본문으로]
  13. TNC 사장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TNC 가 이렇게 굴러갈거라 생각하면 안된다. 생각이 하도 자주 바뀌어서 오죽하면 우리 와이프가 나를 보고 초초변덕(매초마다 생각을 바꾼다는..뜻)이라 부를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