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것에 따르는 '기대결과치'들을 분명히 하면서 살 필요가 있다. 언뜻 인생이 참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겠지만, 있고/없고의 차이는 극명하다 못해서 하늘과 땅 차이다.
맨날 귓가에 앵앵거리던 아이의 목소리가 단 대여섯시간만 안들려도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된다. 회사에서 굴러다니던 맥북을 집어들고 무려 4년만에 업무환경을 맥으로 옮겼다. 순전히 저녁에 보고 온 영화 한편이 자극한 감성때문이다.
이제는 살짝 어색한 유닉스 커맨드들을 이리저리 써보면서 내 환경에 맞춰서 설정들도 변경하고, 어색하기만 한 개발툴들도 몇개 설치하고 예제들 몇개 만들어 보면서 새삼 흘러간 시간들도 느껴지고.. 깔끔하기 그지없는 윈도우 화면을 보다가 약간은 블러된 느낌의 맥 화면을 보니 눈이 침침해진다. (다행이 아직 가까운 것은 잘 보이는 것 같고) 한영전환을 shift+space 로 바꾸고, 캡스락키를 콘트롤로 바꾸고, 이제는 키보드 조합도 잘 생각도 안나는 이맥스도 깔아놓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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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저녁에 건축학개론이라는 십몇년전 감성 풀풀 자극하는 영화를 한편 보고 왔는데.. '첫사랑' 이라는 단어가 메인이더라. 생각해보면 내 첫사랑은 94년 KAIST 가동 기숙사에서 만났던 FAST5 터미널이었던거 같다. 대단한 열병이었고, 대단한 사랑이었음이 틀림없다. 터미널 띄어놓고 이것저것 하고 있다 보니 손끝이 모든 것을 기억해내는 것을 보면 .. 언젠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뭔가를 한다면 그땐 파워포인트가 아니라 다시 개발툴이 될 것 같다. 화면 꽉 차는 터미널 띄워놓고 내가 언제나 사용하던 환경으로 .bashrc 다 고쳐놓고 나니까 내 첫사랑의 감성을 조금은 회복한거 같아서 행복하다.
자야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위의 모든 것이 변화하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영원히 바뀌지 않는 것은 나의 게으름밖에 없으며 그 밖의 모든 것이 다 심각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새롭게 해야 할일을 생각해내는 것보다 하지 않아야 하는 일들의 리스트가 더 많아지고, 시간은 자신이 비싼 희소자원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하루의 강력한 방향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아침에 보내는 혼자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비몽사몽 시간맞춰서 출근시간에 의자에 세이프해야되는 정도라면 도대체 이런 시간을 낼 수가 없다. 나의 경우 하루의 방향성을 만드는 시간은 샤워실에서 물을 틀어놓고 양치질하면서 멍하게 서있는 시간이다. 때론 이 시간이 한시간이 넘어가기도 한다. ( 우리나라도 물부족국가라는데 미안하다. ) 이 시간을 통해서 적어도 오늘 하루에 반드시 끝내야 하는 일... 오늘 내가 해야될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 그 중요한 일이 가져올 미래의 변화.. 뭐 이런 작은 것들을 생각하다보면 생각이 삼천포로 흐르기 일수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맨 마지막에 하루의 액션아이템 한두개 정도는 명확히 남길 수 있게 된다. 그리고는 하루를 보내는 거다. 순식간에 끝나버리고 저녁이 되면 열나 배고프고 피곤해진다. 빨리 죽으면 안되니까 적당히 운동...
나는 이런 하루하루의 쌓임을 믿는다. 지금 당장은 뭐가 하나도 안풀리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큰 방향성 속에서 하루하루를 마무리하는 사이에 뭔가를 이뤘다는 느낌이 오는 날이 올꺼라고 믿는다. 행여 적은 시간 책상위에 앉아 있었더라도, 그 목표한 바를 이뤘다면 나는 적어도 오늘 하루는 잘 보낸 것이다. 그 가장 중요한 일에 대해서 아내의 피드백을 듣고, 아이의 볼에 뽀뽀해주고 나면 그야 말로 하루의 완성이라고나 할까....
깊은 지식과 맑은 눈빛, 세상에 대한 열린 태도, 미래가 만들어지는 현재의 이치에 대한 내적 깨달음.
열린 대화와 때론 고집스런 신념으로 주변의 사람들을 한방향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바깥의 모습.
그때그때 언제나 새로운 초식으로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본질로 꽉찬 '변화'를 끌어나갈 수 있는 순수한 의지.
이런 걸 가지고 있는 사람..


